오늘은 친할머니댁에 제사를 지내러 갔다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들인 것 같긴 한데 그냥 적을거다
일단 좀 더 전에 점심시간에 하니쌤 인터뷰를 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각자에게 많은 사연과 생각들이 담겨있다는걸 요즘 인터뷰 하러 다니면서 느낀다
찍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니쌤한테 내 물건을 예시로 들었는데
쌤이 마지막에
난 너가 티없이 맑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어두운 면도 있었구나 항상 열심히하는 인간미없는 모습만 보여줘서 어쩌고
라고 말하셨다
참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말이었다
고등학교에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아무리 평범하고 맑아보이는 사람에게도 속에는 아픔과 어두운 면이 있다는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단 한명도 빠짐없이 모두에게 그런 면이 있다
그리고 타인은 평생 이해할 수 없을만큼 각자의 어두운 면은 정말 깊다
결핍이 없는 사람은 없고 세상 모든 사람의 아픔은 타인이감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서사구조의 기본은 캐릭터의 결핍이다
(전통적인 서사구조에서) 인물은 모두 결핍을 가진다
입시로 하는 단편 이야기에선 보통 결핍을 하나만 두어야한다
여러 결핍을 두는 건 금기 중 하나다
현실에선 한 사람에게 여러 결핍이 있다
그리고 어떨 땐 그 결핍의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이야기에선 기질적으로 예민한사람, 기질적으로 우울한 사람이라는 컨셉또한 금기지만
현실에선 태어날때부터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타인들의 결핍을 하나 둘 인지하고서야 나에게도 얼마나 많은 결핍이 있는지 깨달았다
사실 중학교때는 내가 제일 진화한 인류라는 착각을 했던 것도 같다 사춘기의 응원에 힘입어.. 다들 이땐 그런 생각을 하곤하지
그래도 중3때 스꿈 여행을 가서는 내가 범인에 가깝다는걸 확실히 알았다
그리고 딱히 특별한 인간이 되고싶지도 않다
그때의 나였다면 인간미 없다는 말을 듣고 속으론 킥킥댔을지도 모르겠다
이젠 딱히 킥킥대진 않는다
다만 결핍은 단점이 아니다
영화주인공이 아닌 우리는 굳이 애를써서 극복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결핍이 없는 인간은 얼마나 재미없을까
국어시간엔 순식쌤이 셰익스피어 얘기를 하다가
왕사남의 흥행이유를 얘기하셨다
알맹이는 혈육간의 살인인데
그런 일들이 현실에서 많이 일어나는데도
현실을 보여주면 사람들이 너무 불쾌해하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감을 두어 몰입할 수 있게 과거의 아야기를 하는거라고 말하셨다
정말 동의한다
순식쌤의 인문학적 통찰력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구러고 사문탐시간에
윤석열을 옹호하는 정치 다큐를 만든 감독분께
탐구 관련해서 질문이 있어서 일단 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을 해주셨다
다음주 중으로 답을 해주신다고 한다
참 신기하다
내 이름이 어디 팔리진 않겠지
학교마치고는 엄마가 일하는 구암동에 갔다
한전에서 내려서 육교를 건너고 하천도 지났다
호랑이의 사흘 찍을 때의 추억이 새록새록했다
다시 돌아가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싶지만
그건 넣어두고
엄마가 마치기 전까지 소계시장에서 떡이랑 두부 등등을 샀다
떡어묵 하나도 슬쩍 끼워서 사서 먹었는데
너무 딱딱해서 밖에 어묵만 먹었다
그러고 엄마만나서 시장에서 수육 물고기 해산물 고기 전 등등을 사서 출발했다
구암동은 옛날동네인게 참 좋다
반찬을 살땐 반찬가게에 과일을 살 땐 과일가게에 물고기를 살 땐 물고기가게에 가는 곳이 참 좋다
이마트 딸깍 해버리는 도시와는 달라서 좋다
할머니댁은 합천에 있다
멀다
가다가 중간에 휴게소에서 밥을 먹었다
라면에 초밥에 십원빵에 공차에 어묵바를 먹었다
날 누군가가 평생 휴게소에서 먹을수있는만큼 먹게해줬으면 좋겠다
밥코야끼? 라고 밥을 와플에 구운것도 팔았느데 너무 먹고싶었다
신기하게 도착하자마자 아빠랑 마쥬쳤다
아빠는 위쪽이 출장갔다가 바로 합천으로 오셨다
할머니댁에선 열삼히 일을했다
우리 할머니집은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만연하다
그냥 오래된 집이다
문은 한지로 되어있고 집의 여러 기둥이 나무다
아빠말로는 아빠가 어렸을때 할아버지가 동네사람들을 물러모아 직접 지으셨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는 집에 여러 보수를 해서 꽤 깔끔해졌다
어렸을땐 시골이 너무 더러운 것 같았다
먼지와 벌레들이 너무 싫었고 이곳의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것도 이곳의 이불로 잠을 자는것도 싫었다
서랍을 열어보고 싶지 않았다
요즘은 시골의 포근함이라는걸 조금씩 느낀다
그때는 화장실도 밭쪽이 따로 푸세식 화장실이 있었다
그때는 그게 열약하고 더럽게 느껴졌다
실제로 더러눈것도 맞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일반 화장실을 만들 수 없어서가 아니라
농사를 짓는 할아버지에겐 비료가 필요했어서
선택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밤에 화장실을 가야하면 죽고싶었다
난 외동이어서 장녀기도하고 막내기도 한데
아무래도 장녀이기만 한 것 같다
어렸을때부터 할머니댁에 오면 여러 일을 돕는게 익숙하다 언잰가 시집가면 며느리노릇은 적당히 할 수 있ㅇ을 것 같다
집에 애가 나 하나뿐인데 난 어른들앞에서 어리광도 못부리고 그렇다고 누워서 헤벌레 놀기에는 양심이 있어서 정말 어렸을때부터 이것저것을 했다
할아버지는 6남매 중 장남이었고 그런 할아버지의 자식 중 장남이 우리아빠여서 모든 집안행사에선 항상 엄마가 제일 바빴던 것 같다
오늘은 엄마는 탕국끓인다고 바빠서 제사상 차리는걸 거의 다 내가 했다
이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뭘 할지 알게되어서 기쁘기도하다
한편으로는 이 관습의 일부가 되어가는 것 같아 거부감도 든다
물론 바꾸지 못할거면 순응해야지
좁은 부엌에 할머니 엄마 나 10살짜리 사촌동생까지 모여서 요리를 하고
다른 할아버지들과 삼촌 아빠는 거실에서 열띤 토론을 펼치는 상황은 조금 우습기도 하다
너무 정치적인가 싶기도 한데
어렸을때 그런 사상을 알기도 전 아주 어렸을 때는
엄마는 요리를 하고 아빠는 편하게 앉아 무언갈 결정하는게 불공평하고 잘못돤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요즘 보면 각자의 역할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빠네 집안이기도 하고
아빠도 아빠 나름의 사투를 정말 치열하게 하고 있는게 보인다
제사를 그만지내는 것도 벌초를 언제할지 정하는것도 땅을 어떻게 할지 정하는것도 여러 전통과 관습들이
아빠가 열심히 설득하고 소리쳐야 바뀌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우리집안이 무슨 종갓집도 아니고 이런저런 전통에 집착하는 것도 잘 이해가 안간다
제사지내면 가장 먼저와서 준비하고 가장 나중에가는건 우리가족인데 결정권이 우리에게 있는게 아닌것도 이상하다
전통은 유지되어여하지만 그건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직접 헤야하지 않나 싶다
죄송합니다
오늘 제사도 난 얼굴도 본적없는 오래된 제사다
기일에 친척끼리 모여 추억하는건 좋지만 이러한 의식들은 의미를 잃어가는 것 같다
삼촌들도 절하는 와중에
지금이 고조할머니인가? 할머니인가? 하면서 헷갈려했다
나도 헷갈렸다
외갓집은 정말 가족같은 분위기인데
친가에선 이제 더이상 나한테 관심이 없다
할아버지 형제분들은 내 이름이나 나이도 모르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어리광도 못부리고 말도 못걸고 재롱도 못떨긴하지만 뭔가 서운하기도 하다
그래도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으니까
3분에 한번씯 몰래 딸기를 먹어도 아무도 뭐라안했다
어렸을땐 이건 다같이 먹는거라고 혼났는데
이건 좋다
제사 끝나고 다같이 밥먹을때 난 열심히 국과 반찬 등등을 날랐는데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식당종업원 취급하는 할아버지들 때문에 조금 기분이 이상하기도 했다
장남의장남의장녀라니
난 형제가 없어서 내가 다 결정하면 되니 편할 것 같기도 하먄서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엔 나 혼자 남을게 보여서 꽤 슬프다
외가쪽도 사촌언니들이 나보다 8살 10살씩 많아서
언젠간 진짜 혼자가 되겠지
내 밑으로 사람들이 있으려나
사촌동생? 아마도 육촌인 것 같은 아이가
나에게 예쁘다고 해줬다
당황해서 아이고 라고 한마디밖에 반응을 못했다
영웡히 조롱당했다
조상님들껜 대학가게 해달라고 빌었다
난 죽으면 딱히 내 후손들을 보살펴주고 싶진않다
니인생은니가살아여지
사실 가정주부로도 열심히 살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우울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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