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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60321 paris, texas

다시 돌아온 학원가는 날
아직은 학원가는게 싫지 않다
11시에 일어나서 씻고 밥을 먹었다
어제 제사지낼 음식 장 볼 때 몰래 육회도 같이 샀어서
점심으론 그걸 먹었다
그러고 어제 아빠가 안지 백차를 선물받아와서
차를 우려서 학원에 들고갔다
백차는 녹차의 일종이라고 하고 안지는 지역 명이다
차의 세계는 발을 넣었다 뺏다 하는 중인데
녹차 황차 홍차까지만 구분할 수 있고
각 차 품종끼리의 맛차이는 잘 모르겠다
백차도 그냥 녹차 맛이었다
그래도 확실히 홍차가 우유를 타먹을 수 있어서
맛있는 굿 같다
난 개인적으로 말차보단 녹차가 좋다

엄마가 주말 출근 하기 전 마지막으로 태워주는거라고
학원까지 태워다 주셨다
1시간이나 늦게 출발해도 되고 참 좋았다
가는길에 김뜻돌 앨범을 돌렸는데 참 좋았다
김뜻돌은 참 좋다

학원에 가기 전 충동적으로 학원 앞에서 붕어빵을 샀다
전에 학원쌤이 이동네 붕어빵 맛집이라 하셨어서 샀다
디게 기름기없고 바삭한 붕어빵이었다
붕어빵을 학원 안에서 먹기 좀 그래서 무턱대고 옥상 문을 열어봤는데 열리길래
옥상에서 경치릉 보며 붕어빵을 먹었다
담배피고 온걸로 오해하진 않겠지
난 붕어빵 먹고 온건데

학원에 갈땐 피드백 받을 준비…
정신적으로 야금야금 깎여갈 준비를 하고 가는데
오늘은 미술에 대한 얘기를 해서 정신적으로 편했다
내일은 이야기 피드백이어서 마음의준비를 많이 해야될거같다
음식을 먹으면 감정이 느껴져서 남이 먹고 남긴 갈비탕으로 감정을 느끼다가 만족못하고 남은 갈비탕 뼈들로 곰탕을 고아먹는 사람 얘기를 써서 냈기 때문에 ㅋ

오늘 수업의 주요한 주제는 셔터아일랜드에서 클림트의 키스를 오마주한 장면에서 시작됐다
셔터아일랜드는 정말이지 소중한 영화다
초등학생 때 꼭 봐야할 인생영화 탑 100같운
인스타 게시물을 보고
또 타이타닉 속 디카프리오의 미모를 보고
무턱대고 본 영화가 셔터 아일랜드였다
그때 나에겐 수준이 너무 높았는지
반전 떡밥을 하나도 못주어먹어서 반전이 진짜 엄청난 반전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마지막 대사가 와닿았던건 기억난다
그때 바로 키스의 오마주를 떠올리진 못했지만
중학생때도 여러차례 본 영화여서 오마주의 존재는 알고있었다
수업은 구스타브 클림트의 일생에 대한 얘기였는데
너무 힙합의 삶을 사셔서 멋있었다

고전적인 그림으로 탑을 찍고 그 후 상징주의에서도 탑을 찍는 행보가 너무 멋있고
자기 욕하는 평론가들을 다시 그림으로 조롱하는것도 정말 힙합이다
(평론가들을 빗대며 금붕어 사이에서 여자가 엉덩이를 흔드는 그림을 그렸다)
사회에 저항한다는건 정말 큰 힘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또 그의 일생을 들으면서
나도 혹은 우리 세대사람도 이렇게
삶 전체가 누군가에게 수업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나와 내 세대가 죽고도 무언갈 배우려는 사람과 존재가 남아있으려나
너와나의세대가마지막이면어떡해

예술의 역사를 배우는건 참 재밌다
나랑 역사는 참 기구한 사이다
난 역사가 참 좋은데 역사는 날 안좋아하는지
한국사 동아시아사 등급은 바닥을 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세계사를했지내가널이뤃개좋아해

오늘은 학원 마치고 학원 애들이랑 영화를 보러가기로 했다
학원 근처에 있는 고봉민 김밥에서 간단하게 밥을 먹고 가기로 했다
전세계의 고봉민이 같은 의자와 책상과 벽화를 쓰는 엇 같아서 조금 무섭다
오므라이스가 참 맛있었다
애들이랑 여러 이야기도 재밌었다

밥먹고 지하철타고 서면 씨지브이로 갔다
서면 씨지브이는 예술영화 상영관과 아이맥스관과 포디엑스 관과 스크린엑스 관이 다 모여있어서 참 부러운 곳이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까지 한시간정도 의자에서 또 노가리를 깠다
갑자기 다들 자기랑 자기 친구 엽사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내 친구들의 엽사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저장공간 이슈로 다 지워져서 몇개 못보여줬다
물론 친슈들 얼굴은 안보여줬다
얼굴은

영화는 빔 벤더스 감독의 파리, 텍사스 였다
전에 영화사 시간에 독일 영화사를 배우면서
뉴 저먼 시네마의 대표감독 빔 벤더스 감독을 배웠고
내가 살면서 본 사람 중 가장 영화광인 것 같은 학원 남자애가 이 영화의 재개봉 소식을 알려줘서
다같이 보러가기로 약속했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까지 옆자리 영화광보이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어떤 감독을 얘기하든 적어도 한작품은 본게 너무 무섭다
대단하기도 하고
무언갈 남들보다 많이 좋아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재능인 것 같다
영화를 보는 각자만의 눈이 있는 사람들과 영화얘기를 하는건 참 좋았다
광고시간에 빔 벤더스의 최근 영화인 퍼펙트 데이즈도 일종의 로드무비라는 견해를 그친구가 제시했느데
처음엔 아예 이해가 안되다가 생각해보니 맞는말인 것 같아서 감탄했더
내가 퍼펙트 데이즈를 보고 흘린 눈물에 담긴 감정이
여행이 다 끝나고 돌아왔을때의 씁쓸함과 비슷한 감정이라는 걸 2년이 지난 지금에야 깨달았다
로드무비를 떠올리기 정말 어려운데 참 지능이높다
여행을 그리 좋아하면서도 로드무비랑은 안친한게 조금 부끄러워서 이제 로드무비도 슬슬 알아가야겠다
오늘은 학원 친구들 우리 반 5명 중 4명이 영화를 보러갔다
점점 각자가 어떤 사람인지 진실된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편하고 좋다
그 전이 가짜는 아니었겠지만 일단 내 모습은 꽤 가짜였다

영화는 꽤 좋았다
잘 만든 영화라는건 분명했다
영상미도 좋고 음악도 좋았지만 영화가 담고있는 감정이 너무 공감되었다
영화가 끝나고 각자 어디가 좋었는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하나 둘 말을 하는게 참 좋았다

아무래도 후반 전화방 장면이 정말 너무 좋았는데
일단 남자주인공은
여자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꾸 의심하고 집착하다 결국 자신이 도망친 사람이었다
집착을 하던 자신이 결국 그곳에서 도망친 모습이 참 짠했다
흔히들 집착을 당하는 사람이 도망치는걸 일반적이라 생각하지만
자신의 역겨움에서 도망치는 인물이라니
그럼에도 남주를 욕할순 없다 모두에게 그런 면이 있을거니까
또 남주 트레비스는 여주 제인에게 그녀가 원하는 걸 줄 수 없었다고 말하며 그녀를 떠난 이유를 설명하고
제인은 둘 사이의 아들 헌터를 그 아이에게 원하는 걸 줄 수 없었다고 말하며 이유를 말한다
집착을 당하던 제인이 트레비스에게 원하는걸 못주는게 아니라
트레비스다 제인에게 그런것들을 줄 수 없었더니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이건 돈얘기였던 것 같다
아무튼 이들의 관계성이 좋다

그리고 여주인공 제인은 5년만에 만난 트레비스에게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혼잣말을 해왔고
하지만 그건 혼자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당신에게 하는 말이었다고
당신의 답까지 난 떠올릴 수 있었고 우린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그렇게 당신과 수많은 말을 했는데 실제는 상상보다 어렵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는 대사였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알겠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좋았던 건
로드무비라는 장르를 차용하면서
여행이라는걸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선 상대성이론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헌터가 아빠 트레비스에게
만약 아빠가 빛의 속도로 3일?1년?간 달리고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면 아빠의 아기는 노인이되거나 죽어버렸을거라는 말을 한다
이 영화는 또 다른 인터스텔라 같았다
주인공은 5년간 도망쳐 떠난 뒤 다시 돌아와 헌터를 만나고 두 사람의 간극은 엄청났다
그건 제인과의 재회에서도 그랬다
그리고 어떤 여행들도 그렇다
긴 시간을 여행하고 돌아왔을 때 내 집에서 느껴지는 낯섬
다시 생각해보면 트레비스는 진정 돌아온 상태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가 돌아가야할 곳은 이전의 가족이 아니라
자신이 시작되었던 파리였으니까

영화 재목인 파리, 텍사스는 참 재밌는 유머다
한국의 경남 창원을 미국식으로는 창원 경남이라고 말하는 것 처럼
파리 텍사스는 텍사스 주에 있는 파리라는 지역을 뜻한다
주인공의 부모님은 그곳에서 만났고 아버지는 어머니를 파리 여자라고 소개하는 농담을 즐겨했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순간은 아내의 존재보다 그 농담이 더 큰 목적 되었댔지
주인공은 영화가 시작하고 20분 넘게 말을 안하다가 처음으로 파리에 가자고 말을 뱉는다
뭐가 재밌늠지 아는 감독

아무튼 영화를 보고 애들과 조금 아야기를 나누고 해산했다
난 해운대로 버스를 타러 갔다
해운대에서 버스를 탈 때면 바다를 지나칠 수 없다
시장에서 닭강정을 하나 사서 해변에 앉아 바다를 보며 밤 11시에 닭강정을 먹었다
커플과 가족이 정말 많았다
해운대에 혼자온적이 그렇게 많은데
외로움은 처음 느껴봤다
꽤 외로웠다

요즘 외로움에 대한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가
점점 외로움라이팅 당하고있다
근데 이건 내 주위에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은 오직 나만이 가져서
평생 타인과는 완전히 연결되고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근본적인 것에서 오는 외로움 같다
그리고 사람이 많은 곳에 있을수록
그 가능성을 부정당하는 것 같아 더 외로워진다
하지만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고 죽을때까지 그럴겁니다

오는길엔 뭔가 오늘을 기억하고 싶어서
포토그레이에서 사진을찍었다
버스를 타고 집에 가고 있다

지난번 혼자 해운대에 왔을때랑 같은 옷을 입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만큼 다른지
그때의 나는 그 전에 해운대에 왔을때랑 얼마나 다른지
전생 같기도 다른사람 같기도 하다

해운대에서 술취한채 비틀거리며 춤추는 여자와 그런 여자를 사랑스럽게 찍고있는 남자를 봤다
해운대에서 노부부와 모녀와 중국 어린이들을 봤다
해운대에서 남사스러운 자세로 뽀뽀를 하는 커플을 봤다
부끄럽진 않나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마 주위에 지나다니는 사람의 존재는 느껴지지도 않겠지 이 넓은 해운대에 자기들 둘이 있는줄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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