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굳이 말안해서
좀 가려지긴 했어도
뱃사공의 너 라는 노래
오늘은 설 전날
10시 반 쯤 집에서 출발했다
우리 친가는 합천에 있어서 몇년 전 부터 할머니댁에 갈때면 의령에 들러서 점심을 먹는게 루틴이 됐다
보통은 소고기국밥집 아니면 화정소바에 가는데
화정소바는 읏아가 먹고 크게 실망했던? 그 집이다
의령에 있는 의령소바 본점 바로 옆에 있는 소바집인데
의령소바보단 맛있는 것 같다
화정소바의 온소바는 사실 특별할 건 없고
가장 정석적인 따듯한 국수요리의 맛인 것 같다
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데도 감칠맛도는 국물과
부드러운 홍두깨살과 익힘 정도가 완벽한 양배추 때문에
항상 또 먹고싶어지는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질깃한 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냉면이나 일반 국수보단 잘 끊기는 메밀면과 칼국수를
선호한다
아무튼 12시 부터 기다리기 시작해서 50분정도
웨이팅을 한 후 가게에 들어가 소바를 먹었다
기다리는 중에 옆 망개떡 집에서 떡도 한가득 샀다
요 며칠간 인절미가 입에 너무 돌아서 인절미를 하나 사고
시골 가서 구워먹게 가래떡도 사고
망개떡 집이니까 망개떡도 샀다
인간이 망개떡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
두쫀쿠를 만들 때 얇은 피에 집착하는 것과 같은 것일거다
팥이 들어간 절편은 떡 피가 두꺼운게 아쉽지만
망개떡은 떡이 정말 얇고 말랑하다
입맛이 정착된 후 망개떡을 처음 먹는다면
특유의 발효된 망개잎 향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나를 비롯한 경상도 사람들은 적어도 초등학생 때 부터
망개떡을 먹어왔을 거기에 그 향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온소바를 야무지게 먹고 딸기주스도 하나 먹고
할머니댁에 갔다
가서 이래저래 뒹굴거리다가 불을 땠다
할머니 집은 5년 전까지만 해도 아궁이에 불을 때서
온돌 방식으로 방 안을 뎁혔다
물론 보일러도 있었지만 일부 방은 온돌식이었다
그래서 할머니 댁에 갈때면 항상 아궁이에 불을 피웠다
생각보다 삶에서 불을 피울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라이터라는게 발명된 지금 불을 피운다는건
그냥 딸깍 수준의 작업같지만
사실 장작불을 때는건 꽤 어렵다
일단 마른 솔잎에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마른 솔잎은 정말정말 잘 탄다
그래사 정말정말 잘 꺼진다
빠르게 그 솔입 위에 손가락 굵기의 작은 나뭇가지들을
올려 불을 키워주고, 그 나무들에 불이 붙었을 때
우리가 흔히 아는 장작을 넣는다
장작은 그냥 쑤셔넣는게 아니고 우물 정자 모양으로
차곡차곡 쌓아야 사이사이에 공기가 들어간다고 한다
근데 불 앞에 가면 너무 뜨거워서 그냥 안으로 던져버린다
오늘은 내가 전에 했던 보석십자수 액자들도 태워버렸다
화학처리된 나무 답게 빨리 타고, 빨리 꺼지고,
빨리 유독한 연기들이 나왔다
죽는줄알았다
장작불에 가래떡을 구워먹는건 내가 꽤 오래 연구해왔다
일단 나무에 불이 막 붙기 시작했을 때 떡을 구우면 재가 날리기도 하고 불이 너무 세서 타기 쉽다
나무가 다 숯으로 변했을 때 떡을 슬쩍 꺼냈다
여기서 중요한건 아궁이 위쪽이 아니라 아래쪽으로 떡을 이렇게 해가지고 해야한다
위쪽에 대면 그을음이 떡에 묻어서 수명이 줄어든다
야무지게 구운 떡은 쌀엿에 찍어먹었다
열심히 떡을 굽고 나서 저녁으로 과메기를 먹었다
어렸을 땐 과메기를 못먹었는데
처음 먹어본 순간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중 하나인 것 같다
그 부드러움과 쫄깃함과 고소함과
약간의 비릿함에서 오는 감칠맛이
참 맛있다
배추가 꼭 있어야 한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세명이서 황매산에 별을 보러 갔다
어렸을 때 부터 천문대나 시골에 별을 보러 다닌 기억이 많다
난 한 초등학교 5학년때까진 천문학자도 꽤 괜찮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다만 그때도 내가 수학 못하는건 알고 있었어서
딱 그정도 생각에서 멈췄다
차타고 황매산 정상 주차장까지 가서 별을 봤다
정상은 아니고 정상 주차장이었지만 주위에 빛이 하나도 없어서 별이 참 잘보였다
별자리 같은건 못알아봐서
그냥 앱 깔아서 오 저게 쌍둥이자리구나
하고 말았다
멍때리는 제일 좋은 방법이 누워서 별 보는것 같다
아주 희미한 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면
주위의 다른 별들이 더 밝게 반짝였다가
어느새 희미하던 그 별만 내 눈에 보인다
난 이게 참 좋다
별 얘기도 다음에 블로그 써야지
집와선 망개떡을 꾸역꾸역 쑤셔넣고 뒹굴거리다 잤다
아 자기 전에 뱃사공 기린 앨범을
한번 쭉 돌리고 잤다
행복했다
막곡이 참 좋다
설 당일이랑 오늘 있던 일들도
정말 행복했어서 블로그에 적고 싶지만
너무 귀찮아서 그만적어야겠다
지금까지 중에 제일 행복하게 보낸 명절 중 하나인 것 같다 참 좋았다
시골이 참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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